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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위험을 무릅쓰고 공장시험실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했던 기억(2016년8월3일)

Auolelius 2016. 8. 4. 01:53

내가 혈기 왕성했던

1970년 초로 기억되는 어느날 새벽

공장 생산과의

말단 교대 근무 기사 시절,

 

생산부 사무실에서 볼일을 보고

현장으로 가려고

기다란 복도로 나오자

 

질식당할 정도의 시커먼 연기와

심한 그을음으로

앞이 잘 보이질 않기에

 

화재를 직감한 나는

화재 발생 위치를 확인하러

연기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화학시험실의

커다란 프로판 가스통에서 발생한 불이

엄청난 속도로 주위를 삼킬듯

크게 번저가고 있었는데

 

그방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대형 화재를 예감했었던지

다 도망가고 없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폭발할지도 모르는

가스통에 붙은 불부터 꺼야

화재 진압이 수월하겠다고 판단하고

 

가스통 옆에 있던

대형 소화기를 작동시켜

불을 끄기 시작했고

소화기가 소진되자

생산부 사무실로 달려가서

다른 소화기를 들고 와서

불을 모두 껐다.

 

내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밖으로 통하는 문들을 모두 열고

환기를 시키고 있을 때에야

 

그방에서 근무하던 인간들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

(정말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시네요)였다.

 

내가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를 진압하지 않았었다면,


그 큰 공장은 전소 했을 것이고

자칫 멋모르고 근무하고 있던

생산부 요원들 중에

대형 인명 사고의 피해도

발생 할 수 있었다.

 

화재를 진압했으니 내 마음이 뿌듯했다.

 

내가 상부에 보고하려고 했지만,

 

소식을 듣고 새벽에 출근한

해당과 과장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내가 입을 굳게 다물었기에

 

관련 책임자들과 간부들이

아무런 징계없이

화재 사고건은 묻혀버렸다.

 

아마 요즘 세상이라면

그게 가능했을까?

 

오늘도 남양주시의

북한강자전거길 입구까지

왕복 80 여 km를 달리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혼자서 라이딩을 즐기다 보면

벼라별 옛날 일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내가 천당에 갈 때가 가까이 다가오나?


북한강자전거길 시작 지점

 

 되돌아 오며 강동대교

 우측의 워커힐이 보이는 광진교부근의 쉼터